유택幽宅

조선시대 무덤 중 큰 규모를갖춘것은 역시 왕릉인데 주산,안산,청룡,백호로 감싸이고 물줄기가 휘감고 흐르는 풍수지리설의

이른바 장풍득수의 형국에 맞는 곳을 가렸다.

입구의 홍살문을 지나 신로교라는 돌다리를 건너서 배위청이라하는 정자각에 이른다.

배위청 다음에는 동서 양쪽에 수복방이 있고 다시 동쪽에 비각이 있다.

경사진 능역에 오르면 분구의 호석 곡담 돌난간 혼유석 장명등 망주석 문무석인 석수 그리고 능역의 잔디 공간,송림등은

고려 공민왕릉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민묘는 곡담을 두르고 석인,석상, 망주석 등을 설치하기도 하였고 종2품 이상의 고관 묘에는 신도비를

세울 수도있었다.   일반 사대부의 묘에는 간단한 묘비를 세우고 가족묘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서민의 묘에는 분구만 만들고 석물을 설치하지않는 제도였으나, 지금은 그런 규제가 모두 없어졌으므로 망인의 신분과는

상관없이 무덤의 조형과 조경을 자유로이하게 되었다.

무덤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에 사자의 집, 유택이라는 관념은 동서양이 거의 같다.

한국인의 무덤 유택에 대한 의식은 이러한 관념을 바탕으로 역사와  함께 변천되었다.

이것을 시대적으로 분류할 때 지석묘와 종교적 관념 순장풍습,조상 숭배와 계세사상 풍수 도참 사상과의 결합등 크게 네가지로

갈라진다.   지석묘는 우리나라의 원시 문화 특히 장법에 있어서 가장 특색 있는 것이다.

지석묘는 사자를 매장하는 유택이므로 원시적 신앙과의 관계가 없을수 없다.

지석묘의 형태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어느 형태이든간에 매장 주체시설 위에 거석을 덮은 첨에서는 동일하다.

이와 같이 거석을 복개한 목적은 사령을 외경하여 그것이 현세로 환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것이라는 설과 사자및 그 가족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어느 설을 따르든지 거석복개는 사자가 생자에 간여하는 것을 꺼리는 무속적 관념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석묘의 개석을 들어내고 보면 유구 둘레에서 붉은 흙이 발견되는 예가 있다.

이것은 사체를 매장하기 전에 적토를 뿌리고 어떤 종교적 의식을 행하였으리라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준다.

사자는 조능격적인 힘으로 생자에게 재앙을 끼칠 수도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사령을 달래어 안주하게 함으로써 생자에게 끼칠 재앙을 예방하는 의식이었다.

다음으로 순장의 풍습은 동양의 여러민족 사이에 행하여졌던 것으로 보인다.

중극에서 발굴이 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진시왕릉의 무수한 병사용,마용등은 순장풍습의 변화된 형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대에는 대규모의 순장이 행하여졌다.

순장이란 현세에서 권세와 부귀를 누리고 많은 노비와 시종을 거느려 호화로운 생활을 한 자가 죽으면 사후에도 생시와 같은

안락한 생활을 계속 시키기 위하여 풍부한 부장품과 함께 시종자들을 따려 매장하는 것이다.

우리 옛사람들은 사후에도 현세와 같은 삶을 누린다는 관념을 가진듯하다.

이러한 계세사상에서 사체를 중히여긴 나머지 순장의 풍습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고대에는 시신을 훼손시키는 것을 크게 죄악시하여 부여에서는 사체의 부패를 막기위하여 얼음을 사용하였다는 것이 삼국지와 위지 부여전에 전한다.

이것은 시신이 훼손되면 영혼이 머무를 곳을 잃고 허공을 떠돈다는 관념에서 나온것이다.

따라서 사령의 안주처 무덤은 안락한 환경을 갖추어야 한다는 관념을 가지게 되어 생자가 자신의 사후 거처를 미리 선정해

 놓기도 하였다.

삼국사기에는 고구려의 민중왕이 전렵중에 한 석굴을 발견하고 자지가 죽거든 이 곳에 묻어달라고 유언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

우리 고대인들은 조상과 자손이 생사를 초월해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므로 조상의 죄과는 그 자손을 헤치고 그 반대로

조상의 공훈은 여러 대에 거려 자손에게 은덕을 미친다고 믿었다.

자손은 조상령의 안존을 빌기위하여 지성으로 제사를 받들어야하였고 여기서 봉사손을 중시하는 가부장적 제사상속이 생겼다.

대가 끊기는 것을 가장 큰 불효라 생각하였고 남자는 첩을 두어서라도 혈손 얻기를 소망하였다.

그리하여 여자의 간음은 엄격하게 금하였으나 남의의 경우는 비교적 관대하였다.

이러한 생사를 초월한 가족 공동체의식과 계세사상은 유고사상과 접하면서 좀더 내면화, 도덕화하게 되었다.

조상을 숭배하고 그 무덤을 소중히하는 의식이 유교로부터 배운것은 다음 두 가지였다.

첫째.   내 생명은 조상으로부터 말미암은것이므로 조상의 유택인 무덤을 잘 가꾸어 보존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기의 교특성에서 만물은 하늘에 근본을 두고 사람은 조상에 근본을 두므로 사람은 보본의 뜻으로 조상의 무덤을 소중히

받들고 이것을 자손에게 물려주어 그치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상의 무덤은 효도를 가르치는 산 교육장이라는 생각이다.

예기의 제통에서 무릇 제사를 지내는 일은 크기도하다, 밖으로는 임금을 존중하도록 가르치고 안으로는 부모에 효도하도록

가르친다고 한 생각이 그것이다.

또 제사는 교육의 근본이다 라고도 하여 제사,나아가서는 무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무덤이 일찍부터 풍수도참 사상과 결부되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 사람이 사는 터를 양기하하고 죽은 사람의 집인 무덤을 음택이라하여 좋은 양기에서 살면 부귀 다자손하여, 행복하고 좋은 음기에 조상을 모시면 조상의 음덕으로 자손이 발복한다는 것이 풍수지리적 사고이다.

조상의 신신은 비록 유명을 달리하였을 지라도 자손과 연결된 기는 그대로 유지되어 살아있는 자손에게 길흉화복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조상의 시신이 명당에 유택을 마련하여 묻히면 자손이 번창하고 흉지에 묻히면 온갖 재앙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이 풍수지리 사상이다.

그리하여 조상을 명당에 유택을 마련하고 묻기위하여 온젖 정성을 다하고 그로 인하여 무덤싸움이 벌어지는 일도 많았다.

특히 고려 태조가 훈요십조중에서 풍수도참을 언급한 이래 성행하게 되었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왕실이나 민간이나 풍수지리에

온통 휩쓸려 들어갔다.   그것은 자손의 발복이라는 이기적 동기가 조상에게 효도한다는 추효로 위장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성행되어 갔다.   비록 불길한 천명을 타고났을 지라도 조상의 시신을 길지에 모심으로써 전화위복할 것을 바라는 것이다.

이는 어느 의미에거 천명을 거역하는 일이므로 함부로 할 수없고 전문적 술사인 지관 지사의 힘을 빌리게 된다.

길지의 선정은 산맥의 흐름을 보는 간룡혈점을 향하여 산세가 수렴되는 것을 보는 장풍,주위 하천의 물 흐름을 보는 득수,

관을 안치할 광을 정하는 재혈, 방향의 길흉을 정하는 방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풍수지리 사상은 중국에서 비롯되어 삼국시대,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특히 고려 건국에 간여한 도선과 조선 태조의

왕사로서 한양에 도읍을 정한 무학등 주로 승려에 의해서 전승되다가 조선조에 들어서는 수 많은 명사가 배출되어 오늘날 까지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속담 시가로 표현된 무덤은 우리나라 사람의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무덤과 관련된 속담도 적지 않다.

어떤 허물에도 변명할 구실은 있다는 뜻으로 핑계없는 무덤 없다는 것이 있고, 건성으로 시늉만 내는 행위를 일러 처삼촌

무덤에 벌초하득 이라고도 한다.

잘난 자식은 제구실한다고 다들 외지로 나가고 못난 병신 자식이 남아서 부모 봉양한다는 경웅[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다고

하는 경우나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을 일러 산소등에 꽃이 피었다고 하는 경우의 선산이나 산소등 무덤을 일컫는 말이다.

한편 죽음은 곧 무상이요, 무상은 애상을 자아내는 촉매이므로 예로부터 시가에 무덤을 소재한 것이 많은데 각기 다양한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정철의 장진주사에는 무주공산의 황량한 종말로 읊어졌고 임제는 황진이의 무덤에서 시조를 읊어 인생무상을 한탄하였다.

현대에도 김소월은 금잔디에서 무덤가에 돋아 나는 잔디의 새싹을 보고 가신 임의 환생을 느꼈고 박두진은 묘지송에서 비내리는

공동 묘지를 보고 그래도 외롭지는 않겠다고 위로를 보냈다.

우리나라의 무덤은 원시적 가족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거기에 외래의 제도, 사상, 풍습등이 융합되면서 시대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로 변천해 왔다.   이 변천 과정에서 주류를 이룬 장법의 두드러진 특징은 선사시대의 지석묘와 삼국시대 중기까지

이어진 순장의 풍습, 그리고 고려 초부터 성행하여 온 풍수 도참사상 등이다.

특히, 우리민족은 다른 어느 민족보다 조상의 무덤 유택을 소중히 여겼다.

무덤을 쓰는 것이 반드시 풍수 도참사상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ㅁ장 유택을 선호하였으며 이에 따라 무덤 유택을 만들었다.

이러한 무덤 유택 중시 사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폐단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묘지 유택 문제는 토지 이용과도 관련되어서 큰 정책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당 매장 면적이 규제되는 등 여러가지 조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 해에 약 20만 기가 매장 형성되어 약 8km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인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의 매장선호 관념이 있는 한, 무덤의 절대 면적은 줄어들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상의 무덤 유택을 소중히 생각하는데서 오는 폐단에도 불구하고 유택에 대한 중시는 경조 사상이나 가족 공동체의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은 미풍 양속이라 할 수 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소서 _()_